첩보 영화라고 하면 으레 국가 간의 치밀한 두뇌 싸움과 차가운 기술적 도구들이 중심일 거라 기대하곤 합니다.하지만 《휴민트》를 직접 극장에서 마주했을 때, 저는 제가 가진 기존의 장르적 기대치가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베를린》을 극장에서 세 번이나 반복 관람하며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세계관에 푹 빠져 있었던 팬으로서, 이번 작품이 보여줄 방향성을 나름대로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펼쳐진 결과물은 제가 예상했던 차가운 첩보물이라기보다, 훨씬 더 뜨겁고 복잡한 인물들의 드라마가 얽힌 밀도 높은 서사였습니다.이러한 예상 밖의 전개는 저에게 꽤 신선한 충격이자 낯선 영화적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첩보 그 이상의 잔상을 남긴 영화 《휴민트》를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블라..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마음을 한시도 편하게 두지 않는 영화입니다."불편하고 찝찝하다"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더군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객이 이 작품을 찾아 스크린 앞에 앉는 이유는,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2018년 연상호 감독이 직접 구상한 이 미스터리 스릴러를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감상하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한동안 먹먹함에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저의 경험을 담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사회적 편견이 만든 괴물 : 영화가 드러낸 집단의 민낯 영화 《얼굴》은 시각 장애를 가진 전각 장인의 아들 임동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