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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sbs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1년 예산 4천만 원을 쏟아붓고도 26전 25패 1무.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드라마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비인기 종목이라도 체육고등학교 럭비부가 이런 성적을 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으니까요. 그런데 드라마를 회차를 거듭하며 몰입해 볼수록, 이 처참한 전적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서사를 지탱하는 핵심 뼈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패배가 일상이 된 팀과 나락으로 떨어진 스타 감독의 만남, 과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존폐 위기의 한양체고 럭비부, 그 처참한 현실

     

    드라마 속 한양체고 럭비부는 단순히 성적이 조금 나쁜 팀이 아닙니다.

    학교 측은 이미 예산 지원 목록에서 이들을 제외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감독 공석 상태에서 훈련 자체도 체계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협회 제명이라는 치명적인 전력을 가진 '문제적 인물' 주가람이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집니다.

     

    주가람은 과거 6회 연속 선수상 수상, 아시안컵 MVP라는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며 금메달 박탈과 선수 자격 제명이라는 치욕을 겪습니다. 여기서 도핑(Doping)이란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정한 금지 약물을 복용하거나 금지된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선수의 명예와 커리어를 완전히 파괴하는 가장 무거운 징계 중 하나입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주가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정황이 극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그가 단순히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선수'가 아니라, 그 이면에 풀리지 않은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서사에 정교하게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럭비부 선수들이 그를 '약쟁이'라고 거칠게 부를 때, 시청자인 저도 그 비난의 날 선 무게가 얼마나 억울할지 함께 느껴졌습니다.

     

    럭비부 선수들의 반발도 사실 무리는 아닙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들의 합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깊은 신뢰와 유대로 형성되는 집단적 역량을 뜻합니다.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진 감독이 와도 그 케미스트리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선수들이 훈련을 거부하고 감독 해임 건의안까지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반응입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럭비부의 현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적 부진 : 26전 25패 1무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학교 내 존폐 위기 직면
    • 운영 파행 : 감독 공석 상태에서 훈련 강행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 지속
    • 신뢰 붕괴 : 도핑 파문으로 제명된 주가람의 부임으로 선수단의 집단 반발
    • 압박 심화 : 학교 측의 예산 지원 목록 제외 시도로 팀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
    • 갈등의 정점 : 훈련 중 부상자 발생과 감독 해임 건의안 제출

     

    국내 학교 운동부 운영과 관련해 교육부는 학교 스포츠 클럽 및 운동부 육성 지침을 통해 성과 중심이 아닌 학생 선수의 학습권과 인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하지만 드라마 속 예산 삭감 압박과 성적 중심의 평가 구조는 이 지침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우리 교육 현장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주가람의 성장 서사, 뻔하지 않은 이유

     

    저는 스포츠 드라마를 꽤 즐겨 보는 편인데, 솔직히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물은 열정적인 신예나 천재적인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구조를 따르죠.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미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가 바닥까지 추락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이미 '다 이룬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다시 시작한다는 설정은 일반적인 성장 서사와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주가람이 사격 선수 이지를 밤늦게 사격장에서 찾아가는 장면 역시 단순한 로맨스 갈등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3년 간 아무런 설명 없이 잠적했던 사람이 돌아와 자신을 '현남친'이라고 우기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실소가 터지게 만들지만, 그 이면에 그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꼬리를 뭅니다. 그 공백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윤계상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억울함을 겉으로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무심한 행동에 그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연기는, 주가람이라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긴 대사 없이도 전달합니다.

    저는 이번 역할이 배우 윤계상의 커리어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포츠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입니다.

    내러티브 아크란 주인공이 초기 상태에서 갈등을 거쳐 변화에 도달하기까지의 서사적 곡선을 의미합니다.

    보통의 스포츠물은 이 곡선이 '무명 → 성장 → 승리'의 단선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트라이'는 '영광 → 추락 → 재건'이라는 역방향 아크를 택했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감정 이입의 지점이 훨씬 깊고 복잡합니다.

     

    제가 직접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주가람이 럭비부원들과 부딪히는 방식이 단순한 '엄격한 감독의 훈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가진 상처를 선수들에게 투영하고, 선수들도 그 상처를 역으로 그에게 돌려줍니다.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는 이 상호 작용이 결국 팀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럭비라는 종목을 선택한 것도 제작진의 탁월한 주제 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럭비에서 트라이(Try)는 상대방 인-골(In-Goal) 구역에 공을 가져다 놓아 득점하는 행위로, 럭비의 가장 기본적인 득점 방법이자 팀 전체가 함께 만들어내는 플레이의 결정체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오직 팀의 헌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장면이죠.

    드라마 제목이 '트라이'인 이유가 단순히 스포츠 용어를 빌린 것이 아님을 깊이 공감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세계럭비연맹(World Rugby)에 따르면 럭비는 15명이 한 팀을 이루는 종목으로, 개인의 탁월한 기량보다 포지션 간 유기적 협력이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World Rugby).

    이 협력의 구조가 주가람과 선수들이 서로의 불신을 걷어내고 팀으로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과 정확히 겹쳐 보이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다시 뛰게 만드는 이야기, '트라이'

     

    단순히 이기는 결과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라, "왜 우리는 함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럭비라는 거친 스포츠를 통해 가장 몸으로 설명하는 방식, 저는 그 부분이 이 드라마가 가진 진짜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뻔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라서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났고, 패배라는 단어가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매회 있었습니다.

     

    앞으로 주가람이 럭비부원들과 어떻게 더 깊은 신뢰를 쌓아갈지, 그리고 그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도핑 누명의 진실이 어떤 방식으로 밝혀질지 지켜보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스포츠 드라마에 평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도, 좌절과 패배 이후의 삶을 다시 건축해 나가는 과정에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면 이 드라마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만약 지금 1화부터 정주행하기 조금 부담스럽다면, 주가람이 처음 럭비부 훈련장에 등장하는 장면부터 먼저 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그 짧은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어떤 온도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지, 주가람이라는 인물이 가진 고독과 열정이 어떤 것인지 바로 느껴질 것입니다.

     

    럭비의 공이 타원형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언제 어디서 럭비공 같은 시련이 닥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공을 끝까지 쫓아가 결국 '트라이'를 성공시키는 과정, 그것이 바로 우리가 드라마 '트라이'를 보며 위로받는 이유가 아닐까요? 한양체고 럭비부가 써 내려갈 기적을 저도 끝까지 응원하며 지켜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이 뜨거운 럭비부의 성장에 함께 올라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설마 그...주가람이세요?😳 협회에서 제명당한 나락 스타 윤계상을 감독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김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