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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시즌 2를 보기 전까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라는 안일한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드는 감정은 '재미있었는데, 뭔가 찜찜하다'였습니다. 그 찜찜함의 정체를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이 작품의 무엇이 진짜 강점이고 무엇이 아쉬운지 훨씬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작품을 정주행 하며 느꼈던 감정의 변화와 분석을 통해, 왜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여전히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즌 2가 설계한 빌런들, 왜 무서웠나
제가 이 시즌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빌런의 설계 방식이었습니다. 단순히 '세다'는 이유만으로 무서운 악당은 요즘 드라마에서 먹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약한영웅 Class 2》는 빌런 한 명 한 명을 꽤 정교하게 분류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합의 미친개'로 불리는 금성제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형 빌런(Psychopathic Villain)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사이코패스형 빌런이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자체가 결여된 채로 오직 자신의 쾌감과 자극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캐릭터 유형을 말합니다.
금성제가 공포스러운 이유는 그가 단순히 강해서가 아니라, 그의 다음 행동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는 비논리적인 광기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화면으로 지켜보며 느꼈던 금성제와 연시은의 옥상 대결 장면은, 이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긴장감이 극대화된 순간이었습니다.
반면 나백진은 결이 전혀 다릅니다.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범죄 조직의 리더로서 냉혹한 면모를 감추고 있는 이중 인격적이중인격적 빌런(Dual-Persona Villain) 유형입니다. 이중인격적 빌런이란, 외부에 보이는 사회적 이미지와 실제 드러나는 내면의 본성 사이에 극단적인 괴리가 있는 캐릭터 구조를 뜻하는데, 이 구조는 시청자에게 '저 사람, 언제 본색을 드러낼까'라는 지속적인 불안감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최종 결말에서 나백진을 제압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도 의문이 남았습니다.
연시은과 박후민이 2대 1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구성은 전략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막상 보고 나면 카타르시스보다는 '빌런이 좀 불쌍하다'는 묘한 감정이 먼저 올라옵니다.
나백진이 맨주먹으로 응수하는 상황에서 연시은이 너클을 사용하는 장면은 승리 이후에도 통쾌함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시즌의 빌런 설계에서 아쉬운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성제 퇴장 이후 서사의 텐션이 급격히 낮아지는 문제
- 나백진 최후 장면에서 방식의 불균형으로 인한 카타르시스 부재
- 쿠키 영상에서 암시된 천강이라는 거대 조직, 아직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은 떡밥
쿠키 영상에서 등장한 최사장과 금성제의 재회, 그리고 천강의 화환은 시즌 3로 이어지는 복선(Foreshadowing)으로 읽힙니다.
복선이란, 이후 전개될 사건의 단서를 미리 암시하여 시청자의 기대감을 유지시키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나백진의 죽음이 암시되는 이 장면은 다음 시즌의 갈등 축을 천강이라는 조직과의 충돌로 설정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학교폭력이라는 소재 측면에서도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교육부의 202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1.9%로, 이는 약 6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현재도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뜻합니다(출처: 교육부). 드라마가 이 현실을 얼마나 밀도 있게 담아내느냐가 장르물로서의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저 역시 이 통계 수치를 확인하고 나니, 드라마 속 폭력이 단순히 자극적인 화면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브레인 액션의 퇴색, 그리고 시즌 3에 거는 기대
제가 시즌 1에서 가장 깊이 빠져들었던 요소는 사실 화려한 싸움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볼펜 하나, 책 한 권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물리적으로 열세인 상황을 역전시키는 연시은의 싸움 방식이 핵심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드라마 안에서 '브레인 액션(Brain Action)'이라 불리는 개념입니다. 브레인 액션이란, 단순한 신체적 능력이 아닌 물리 법칙, 원심력, 상대의 심리를 계산하여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 타격을 입히는 전략적 격투 방식을 의미합니다.
처음 시즌 1을 볼 때 저는 주인공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 원리를 실전에 적용하는 장면에서 멈추고 다시 돌려봤습니다.
'아, 이 드라마는 단순한 싸움물이 아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연시은이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돌파하는지를 따라가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시즌 2로 넘어오면서 제가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이 브레인 액션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은장고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더 거대한 조직을 상대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연시은의 싸움 방식이 '맞으면서 버티는 맷집 싸움'에 가까워지는 장면들이 반복될 때, 솔직히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매력이 희석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조력자 서사(Ally Narrative)의 완성도입니다. 조력자 서사란, 주인공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구조가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각성과 성장이 맞물리며 이야기가 깊어지는 서사 방식을 말합니다.
고현탁, 서준태, 박후민이 연시은과 점차 결속을 다져가는 과정은 이번 시즌에서 잘 작동한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고현탁 역을 맡은 배우가 태권도 11년 차 유단자로 대역 없이 고난도 뒤돌려 차기를 소화했다는 점은, 액션 장면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실제로 크게 기여했습니다. 제가 그 장면들을 볼 때 CG나 편집 트릭 없이 만들어진 움직임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의 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사건 해결보다 장기적인 관계 회복과 사회적 지지 체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 관점에서 보면, 연시은이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현탁, 준태, 박후민과 연대를 형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장르적 장치를 넘어 꽤 의미 있는 묘사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단순히 주인공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나는 주변 사람의 고통에 얼마나 반응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 것도 이 지점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시즌 3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연시은이 다시 '두뇌로 싸우는 연시은'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천강이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물리적인 힘만으로 맞선다면 이야기가 평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연시은 특유의 계산된 전략과 냉혹한 눈빛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 시리즈는 충분히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1처럼 모든 장면이 치밀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연시은다운 순간'이 한 번만 있어도, 보는 내내 가슴이 쫄리는 느낌이 살아납니다. 시즌 2를 보고 아쉬웠던 분이라면, 그래도 한 번은 끝까지 보시길 권합니다.
쿠키 영상까지 보고 나면, 시즌 3가 나오길 기다릴 이유가 분명히 생길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KMUueeni6o, https://www.youtube.com/watch?v=VoK_JzcB_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