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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에 이 드라마를 그저 흔한 '사이다 복수극' 정도로만 생각하고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법이 무너진 세상에서 누군가 대신 악인을 처단해 준다는 설정은 이미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즌 3의 최종화 결말을 보고 난 후, 저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특히 김도기가 살상용 폭탄 대신 화려한 폭죽을 터뜨리며 무고한 시민들을 구해내는 그 장면 하나가 제 가슴을 얼마나 울컥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모범택시 3'은 통쾌한 복수를 넘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가장 아픈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작품이었습니다.
카타르시스 : 폭탄 대신 폭죽이 터진 이유
이 드라마가 일반적인 액션물과 차별화되는 결정적인 지점은 바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카타르시스란 비극적인 상황이나 극적인 경험을 관찰하며 쌓였던 억눌린 감정이 정화되고 해소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모범택시 3의 최종화는 이 개념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최종 빌런 오원상이 북한군 도발을 위장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하고, 22시 정각 무자비한 발포 명령을 내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손에 땀이 쥐어질 정도로 긴장했다가, 김도기가 준비한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는 것을 보고 한순간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악인을 물리적인 힘으로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했기 때문에 그 카타르시스는 더욱 강력했습니다.
또한, 드라마 전반에 걸쳐 무지개 운수 팀이 보여주는 응징은 이른바 동태복수법(lex talionis)의 구조를 따릅니다. 동태복수법이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한 고통과 동일한 수준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응징 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적 복수를 넘어, 피해자의 고통을 가해자가 직접 체감하게 함으로써 정의의 균형을 맞추는 장치입니다.
이런 구조야말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강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핵심 이유입니다.
사회비판 : 드라마가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겨눴는가
이 드라마를 보며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그것은 아마도 드라마가 현실을 너무나 닮아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몇몇 에피소드를 시청하다가 "이거 어제 뉴스에서 본 내용 아닌가?" 싶어 멈칫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시즌 3에는 부동산 사기, 아이돌 성 상납 강요, 군대 내 성비리, 그리고 무속인을 의존하는 권력자 등 우리 사회가 겪어온 실제 이슈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종 빌런의 이름 배열이 특정 실존 인물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방영 직후 쏟아졌고, 이는 드라마를 단순한 허구의 오락물이 아닌 강력한 사회 비평 텍스트로 격상시켰습니다.
드라마 속 "군대를 민간인이 통제하고 있다"는 대사는 극 중 설정을 넘어 현실 권력 구조에 대한 직격탄이었습니다.
미디어 비평 분야에서는 이처럼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 허구의 서사로 재구성하는 형식을 팩추얼 드라마(factual drama)라고 부릅니다. 팩추얼 드라마는 실화의 무게감을 허구의 이야기와 결합하여 시청자의 집단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르입니다.
이 형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극 중 상황을 자신의 현실과 동일시하게 만듭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직접적인 사회 비판이 드라마의 보편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외면한 복수극은 일시적인 오락에 그치지만, 현실의 부조리를 건드리는 복수극은 시청자의 분노와 공감을 동시에 끌어내며 오랫동안 회자되기 때문입니다.
결말 논란 : 열린 엔딩은 불친절한가, 현실적인가
솔직히 결말에 대해서는 저도 처음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유선아 상사의 명예 회복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절벽 투신과 마지막 총소리로 끝나는 엔딩은 시청자에게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자가 이 결말을 '다큐 엔딩'이라 부르며 불만을 표했고, 저 역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즌 내내 쌓아온 인물들의 서사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마무리해주기를 바랐으니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정의는 대부분 이렇게 찜찜하고 미완성으로 남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가해자가 온전한 처벌을 받지 않고, 억울하게 고통받은 이들의 명예가 끝내 회복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드라마가 그 씁쓸한 현실을 의도적으로 투영했기에 더 아프게 다가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비판받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 유선아 상사 등 서사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인물들의 결말 부재
- 무지개 운수 팀의 관계 변화나 해산 과정을 생략한 급격한 전개
- 시즌 자체의 완결성보다 시즌 4를 위한 복선(foreshadowing)에 치중한 점
이런 지점들은 제작진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서사 기법 중 하나인 열린 결말(open ending)은 이야기를 닫지 않고 시청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 작품의 여운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모범택시 시리즈가 가진 묵직함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시즌 4 기대감 : 팬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다
엔딩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시즌 4에 대한 기대가 식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번 시즌 엔딩에서 박재원과 빌런 리사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은 시즌 4를 위한 강력한 서사적 빌드업(narrative build-up)입니다. 서사적 빌드업이란 이후 전개될 사건이나 캐릭터를 사전에 암시함으로써 시청자의 기대를 축적하고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이 장치 덕분에 우리는 결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시즌에서 해결될 정의를 기다리게 됩니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행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시청자들이 사회 비판 드라마에 높은 몰입도를 보이는 이유는 동일시(identification) 효과 때문입니다. 동일시란 시청자가 극 중 인물의 고통과 분노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깊이 몰입하게 되는 심리 과정입니다(출처: 한국방송통신위원회).
우리는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법이 외면하는 현실의 문제를 무지개 운수가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도기가 도자기를 빚으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마지막 장면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이 드라마가 전하고 싶었던 위로의 메시지였습니다.
시즌 4에서는 그 조용한 분노가 더 날카롭게 터지길 바랍니다. 비록 우리가 현실에서 5283에 직접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드라마를 통해 대리하는 이 정의의 흐름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라고 믿습니다.
시즌 4에서는 유선아 상사의 이야기부터 무지개 운수 팀의 최종 행보까지, 더욱 완결성 있고 통쾌한 '진짜 정의'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드라마 '모범택시',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정의를 갈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