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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황동만, 구교환, 박해영 작가)

by momonemoney 2026. 6. 8.

넷플릭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JTBC 신작 토일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박해영 작가 특유의 인간 내면 탐구와 구교환, 고윤정의 앙상블로 2026년 상반기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년째 데뷔하지 못한 영화감독 지망생 황동만의 이야기는 단순한 루저 로맨스를 넘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는 무가치함의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드라마의 첫 회를 시청하며 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해묵은 질문을 다시금 꺼내어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동만이라는 인물, 무가치함의 끝에서 발견한 낭만

황동만은 20년째 데뷔작을 내지 못한 채 영화사마다 대본을 들이밀어 업계 기피 대상 1호로 낙인찍힌 인물입니다.

동호회 '파인'의 성공한 멤버들은 그를 "걸어 다니는 시체"라 표현하며 손절했고, 친형조차 "될 때까지 매일 죽기 살기로 하면 진짜 죽지"라며 비아냥댔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사 최필름 대표는 그의 시나리오를 폄하하며 "창조자는 자신한테 없는 걸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동만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낭만과 똘기가 있었습니다.

옷에 난 총알구멍을 보며 "세계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던 사람의 옷을 입으면 나도 뭔가 역사의 정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장면은, 겉으로는 대책 없는 백수의 현실 도피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미워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이것이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필터를 거쳤을 때 더욱 독보적으로 빛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를 로맨티시즘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전혀 다른 면모가 드러납니다.

황동만은 영화 뒤풀이 자리에서 주연 배우의 연기를 신랄하게 비난하다가 배우 본인에게 들키고, "감독님은 무슨 작품을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남의 결과물에는 날카로운 평론가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의 무능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받을 때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심리적 태도입니다.

 

밤새 단톡방에 글을 100개 넘게 올리는 행동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자기중심적 소통 방식의 극치이기도 합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전형적인 MZ세대의 표본"이라는 비판적 시선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현실적인 지적입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의 사회·심리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3명 중 1명은 고립감과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으며, 이는 소통 방식의 왜곡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박해영 작가의 영리함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황동만을 무결점의 히어로로 미화하지 않고, 보는 사람에 따라 역겹고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함을 날것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에 극의 몰입도가 더 높아집니다.

 

동만의 낭만과 똘기는 어쩌면 자신의 무가치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두른 가짜 갑옷이자 처절한 심리적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가 형 앞에서 툭 내뱉는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된 난"이라는 고백은, 그 모든 허풍과 낭만 뒤에 숨겨진 진짜 허기를 단번에 드러내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구교환의 연기, 찌질함과 카타르시스의 경계를 완성하다

구교환이 아니었다면 황동만은 자칫 민폐 캐릭터나 자격지심 덩어리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개 드라마에서 '20년째 데뷔 못한 백수 지망생'은 한없이 어둡거나 타성에 젖은 인물로 그려지기 마련이지만, 구교환은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감과 호흡으로 이 캐릭터를 완전히 비틀어 놓았습니다.

그가 화면 속에서 웅얼거리듯 대사를 뱉을 때마다, 저는 극 중 인물이 아니라 제 주변에 실존하는 철없는 예술가 친구를 보는 듯한 기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찌질함 및 낭만의 한 끗 차이를 가르는 완급 조절이 특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월 100만 원도 못 벌면서 최필름 대표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만의 궤변을 늘어놓는 장면들은 객관적으로 보면 무능한 자의 객기지만, 구교환의 연기를 거치면 묘하게 응원하고 싶은 '빛나는 똘기'로 치환됩니다.

마냥 유쾌해 보이다가 친구들에게 비참하게 손절당하고 친형이 울분을 토하는 장면에서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된 난"이라고 툭 내뱉을 때, 황동만이라는 인물의 깊은 허기와 외로움이 그대로 전해져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합니다.

 

압권은 후반부 최필름 사무실에서 최 대표를 향해 날리는 팩트 폭격 장면입니다.

"인간을 귀천으로 나눠서 잘 나가고 빛나는 것들만 옆에 두고 나 같이 못난 것들은 무슨 전염병 환자 보듯이 께름칙해하면서 치워두고 싶어 하시는 거 같은데, 빛나는 것들끼리 빛나는 세상 만들어 봐라. 하나도 안 빛나"라는 대사를 조곤조곤하면서도 살벌하게 눈을 빛내며 내뱉을 때, 그동안 쌓였던 무가치함의 설움이 단숨에 사이다로 변환되는 강렬한 심리적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선사합니다. 이는 사회적 성공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기득권을 향해 자신의 억압된 감정을 배출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억지로 힘을 주어 지르는 연기가 아니라 구교환 특유의 호흡으로 툭툭 던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파괴력이 더 크게 작동합니다.

 

"이 바닥에서 어른인 척 굴지 마. 아무도 널 어른으로 안 세웠어", "나 이제 뒷담화 안 해. 모든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깔래"라는 선전포고는, 남 평가만 잘하고 본인 비판은 낭만으로 퉁치던 그 동만이 자신의 열등감을 남에게 씌우는 '투사(Projection)'의 단계를 넘어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동만의 결함마저 끌어안고 응원하게 만드는 전환점으로 기능합니다. 새벽에 산 정상에 올라 "황동만 새끼야. 잘 자"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처절한 짠내 대신 무언가 결심한 듯한 단단함이 서려 있어, 구교환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지를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박해영 작가의 세계관, 해방일지에서 무가치함과의 싸움으로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내면의 구원을 그려냈던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입니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나의 해방일지》 시즌 2' 혹은 '2026년 버전의 해방일지'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작품의 뿌리가 같은 인간 구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나의 해방일지》를 보며 매주 눈물 흘렸던 지독한 '과몰입러' 중 한 명으로서, 저는 이번 신작 역시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영혼의 치료제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가 숨 막히는 일상과 평범함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해방'을 그렸다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세상의 기준인 성공, 데뷔, 돈에 미치지 못해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그 무가치함의 공포를 깨부수고 나오는 과정을 다룹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중 과도한 경쟁과 성취 압박으로 인해 '만성적 무력감과 가치 상실'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통계청 사회동향보고서). 이 드라마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날 추앙해요", "해방 정국" 같은 명대사가 마음을 뒤흔들었듯, 이번 신작에서도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 되는데요",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 같은 대사들이 리틀 염미정, 리틀 구씨 같은 울림을 줍니다.

 

인물 구도에서도 두 작품의 연결고리가 선명합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추앙'하며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생기라곤 없는 무채색의 변은아와 똘기 가득한 아웃사이더 황동만이 기적처럼 서로를 알아보고 정서적으로 연대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사 최필름 소속 에이스 PD였던 변은아는 대표에게 미운털이 박혀 찬밥 신세가 된 인물로, 겉으로는 잘나가는 듯 보이지만 내면은 뼛속 깊은 환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직 생기만 넘치는 동만이 들이닥쳤을 때 그 영양가 없는 수다가 왠지 싫지 않았던 것은, 상대의 결핍이 자신의 상처를 자극하고 치유하는 정신분석학적 '카운터 트랜스퍼런스(Counter-transference, 역전이)'적 이끌림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고윤정 배우가 그려내는 무채색 인간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축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단순한 복제판이 아니라 박해영 작가의 세계관이 한 단계 더 진화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가 다소 정적이고 고요한 위로를 주었다면, 이번 신작은 구교환 배우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유쾌한 에너지가 더해져 '좀 더 발칙하고 활력 있는 해방기' 같은 질감을 갖습니다.

작가는 황동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인의 내로남불, 자아도취, 소통 불능마저도 무가치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방어기제임을 필터 없이 드러내며, 결국 "당신의 인생도 타인의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는 강력한 위로와 해방감을 시청자들에게 건넵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황동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안에 잠든 무력감, 낭만을 아는 똘기, 소년 같은 순수함을 동시에 소환하는 작품입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자기중심적인 결함 투성이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조금씩 황동만 같은 면이 살고 있기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탄생한 것입니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묵직한 위로가 구교환이라는 독보적인 필터를 거쳐 2026년 최고의 시너지로 완성된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

 

 

 

[출처]
LiveWiki: https://livewiki.com/ko/content/netflix-park-hae-young-new-series
원본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ZRNLeRb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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